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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임실/임실군 자료[스크랩]

[스크랩] 가시연꽃의 보고 `전북`

by 임실사랑 2010. 4. 10.

[이곳만은 지키자-생태보고서]

전국 최대 분포지...체계적 보호대책 급하다...고창·정읍·임실·만경강 등 광범위하게

작성 : 2007-07-17 오후 6:28:58 / 수정 : 2007-07-17 오후 8:29:00

전북일보(desk@jjan.kr)

가시에 둘러싸인 밝은 자주색 꽃은 명징하다. 수면을 덮은 잎 사이로 고개를 내밀거나 여의치 않으면 잎을 뚫고서라도 꽃을 피운다. 수면을 덮은 1m가 넘는 거대한 잎은 가시가 돋고 주름이 졌지만 푸르게 윤이 난다.

가시연꽃을 보러 가는 길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느낌이다. 진화가 멈춘 것 같은 모습은 태초의 원시적인 식물을 연상시키며 나의 존재의 근원을 어디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보란 듯이 가시를 드러낸 가시연꽃은 누구나 다 가시 하나쯤은 숨기고 사는 세상을 부끄럽게 한다. 가시연꽃을 보러가는 길을 서둘렀다.

가시연꽃은 흔히 보는 연꽃과 다른 종이다. 다년생인 연꽃과 달리 수련과의 1년생 수초다. 연잎은 수면 위로 솟아오르지만 가시연 잎은 물기를 촉촉이 머금은 채 물 위에 떠 있다.

이러한 특징은 가시연꽃이 일반 연에 비해 번식력이 떨어지고 다른 수생식물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씨앗의 발아 조간이 맞지 않아 해를 거르거나 수위 조절과정에서 외부로 흘러나가 발아율이 떨어지고, 저수지 수량을 확보하기 위한 준설이나 유입된 퇴적물로 인한 육상화로 인해 지름이 1m가 넘는 거대한 잎들이 떠 있을 수 있는 수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도로개설이나 늪지의 개간, 각종 토목 공사가 가시연꽃 군락이 줄어드는 주된 요인이다. 전주시 효자동 가시연꽃 군락지도 서부신시가지 공사로 사라졌다.

전국의 가시연꽃 군락지는 창녕의 우포늪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분포하지만 주로 남부지방의 저수지에서 관찰된다. 특히 전북은 가시연꽃 군락지가 많은 곳으로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개체수가 가장 많고 규모가 큰 고창 용대저수지, 정읍 백산저수지와 한정저수지 군락이 뒤를 잇고, 다양한 수생식물이 분포하고 있는 정읍 육리저수지, 최근 가시연꽃 생태공원으로 조성된 임실 대정저수지가 대표적인 가시연꽃 군락지이다. 만경강 신천습지 일대에도 가시연꽃이 분포하는데 아직까지 보고된 일이 없는 아주 드문 일이다.

세월의 풍파를 고스란히 안은 수백 년 된 왕버들과 늘씬하게 뻗은 노송들이 둘러싼 임실 대정저수지는 주변 경관과 어울려 사진애호가들이 찾는 명소로 떠올랐으며, 임실군에 의해 생태공원으로 조성되어 나무로 만든 관찰대와 산책로가 만들어져 있다. 이곳은 국도17호선 남원 - 전주간 국도 확장 공사로 훼손될 우려가 있었으나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를 익산국토관리청이 수용하여 보존되어 왔다. 최근 개체 수가 많이 줄어들었는데 생태공원 조성시 일부 준설과 시설물 공사로 인한 영향으로 보인다.

가시연꽃을 좋아한다는 쇠물닭과 논병아리들이 유유히 수면을 가르는 정읍 신태인 육리 저수지, 줄 군락과 애기부들이 가시연꽃이 적당히 자신의 영역을 지키며 조화롭게 살고 있다. 수문과 수변에 자리 잡은 애기부들과 줄이 가시연꽃 씨가 흘러나가지 않게 지켜주고, 바람을 막아줘서인지 가시연꽃 잎이 제법 크다. 다양한 수생식물과 수변식물이 분포하고 있어서 청실잠자리를 비롯한 곤충과 이들을 먹고사는 새들이 많아 저수지생태계가 건강해 보인다. 하지만 줄과 부들 군락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 퇴적과 육상화로 인해 가시연꽃이 자랄 수 있는 수면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 퇴적된 부분에 물길을 내면 군락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일찌감치 꽃을 피운 연꽃과 가시연꽃이 반반씩 수면을 나눠 자라고 있는 정읍시 소성면 한정저수지는 동네 입구에 자리 잡고 있어 가까이서 가시연꽃을 보기에 좋은 곳이다. 무서운 기세로 올라온 연꽃에 밀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감곡의 백산저수지도 비슷한 환경이다.

흰 마름꽃이 앙증맞게 피어 있고 멀리서 나룻배를 타고 고기를 낚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은 고창 용대저수지는 전북지역 가시연꽃의 최대 분포지다. 먼 옛날부터 이곳의 습지를 지켜왔던 가시연꽃이 새롭게 만들어진 저수지의 환경에 잘 적응한 예라고 할 수 있다. 넓은 수면이나 수위 등 생육 조건이 알맞게 형성되어 개체 수가 많고 군락의 규모가 가장 크다.

문헌상으로 볼 때 가시연꽃은 선조들에게 유용한 식물이었다. 뿌리줄기는 토란처럼 삶아 먹는다. 연잎은 지혈제나 야뇨병 치료제로, 씨앗은 설사를 멈추게 하거나 허리와 무릎이 저리고 아픈 것을 치료하거나 강장제로 쓰였다. 다식을 만들거나 죽을 쒀 먹기도 했다고 한다. 용도가 다양한 것을 보면 그만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가시연꽃은 멸종위기식물 2급으로 분류된다. 인위적인 환경 변화에 쉽게 멸종될 수 있고, 가시연꽃의 유전자가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내에는 약 2,200개 정도의 저수지가 있다. 앞서 언급한 곳 이외에도 가시연꽃이 분포한다는 제보가 오기도 한다. 그러나 저수지를 관리하고 있는 농촌공사나 시ㆍ군에는 가시연꽃 분포현황에 대한 자료가 없다. 가시연꽃 군락지 보존을 위해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관리주체의 대책마련과 생태계보전지구 지정을 통해 체계적인 보호 방안을 지금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이정현(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출처 : 초록지기
글쓴이 : 이정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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