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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임실/임실군 자료[스크랩]

[스크랩] 섬진강 천담 가는 길

by 임실사랑 2010. 4. 10.

[이곳만은 지키자-생태보고서]

굽이굽이 물 따라...세상이 詩같더라...호젓하고 원시성 숨쉬는 시골 풍경

작성 : 2007-05-23 오후 7:16:34 / 수정 : 2007-05-23 오후 8:59:00

전북일보(desk@jjan.kr)

지난 12일 전북환경운동연합이 개최한 섬진강생태문화기행. 이 행사에 참가 학생들이 징검다리를 건너고, 강변 비포장길을 걷고 수서곤충을 관찰하며 살아있는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남도 땅 530 리를 반짝이며 흘러가는 섬진강은 진안 백운면 원신암 마을 데미샘에서 시작한다. 마이산 수마이산 봉에서 생긴 물줄기를 만나 몸을 키운 후 강변 느티나무 숲이 아름다운 임실 관촌 방수리를 지나 사선대에 이른다. 임실 사람들은 여기를 오원천이라 부른다. 오랫동안 임실군민과 전주시민의 상수원일 정도로 맑고 깨끗한 이곳엔 1991년 한국고유종으로 발표된 임실납자루가 산다. 암컷은 민물조개의 출수공에 긴 산란관을 집어넣어 몸속에 알을 낳는다.

오원천은 굽이를 틀어 운암을 지나 옥정리로 흘러가다가 섬진댐에 가로 막힌다. 한때 낚시꾼들에게 물 반 고기반이라는 명성이 드높았던 이곳은 블루길과 베스의 천지가 되었다. 지난 6일 이들 유해 어종을 잡기 위한 낚시 대회가 옥정호에서 열렸는데 釣絲들이 고기 잡는 손맛만 보고 이곳저곳에 던져 버렸나 보다.

산채로 고양이 밥이 되는 모양이 안타까웠던지 지나가는 시민이 사무실로 전화를 해왔다. 그래도 살아있는 생명체인데 어떻게 이리 함부로 대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사실 베스와 블루길은 죄가 없다. 토종 생태계를 아무렇지 않게 들여온 사람들이 문제다.

좁은 수문을 나선 강물은 회문산의 물줄기를 만나고 구림천을 만난다. 여기서 진메, 천담, 구담, 장구목을 지나 순창 적성 구미리까지 이어지는 장장 30여리의 강변길은 호젓함과 원시성이 그대로 살아있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님의 아름다웠던 출퇴근길로 잘 알려진 진메에서 천담 가는 길에는 고즈넉함 속에 살아 움직이는 것들이 있다. 흑염소가 한가로이 풀을 뜯다가 낯선 방문객에 새끼를 챙기느라 경계의 울음을 운다. 갈대처럼 보이는 달뿌리풀 사이로 물참새피, 가락지나물, 졸방제비꽃이 옹기종기 피어 있다. 숯불 같은 자운영 꽃 뒤로 고추 잎을 닮았다는 고추나무, 어디서나 잘 자라는 주변부 식물인 국수나무와 노린재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웠다. 또 누구의 손길이 닿았는지 힘겨워 보이는 두릅, 노랗고 불그스레한 병꽃나무가 자주 눈에 띈다. 예전에 울타리로 많이 심었는데 야트막한 지붕과 잘 어울리는 예쁜 초가가 떠 오른다. 장구목으로 향하는 길엔 신나무와 산초, 졸참, 다래덩굴, 고것이 고것 같다는 청미래덩굴, 밀나무, 노박덩굴과 가을이면 빨간 열매를 맺어 길손을 유혹하는 구지뽕나무, 붉은 찔레와 이팝나무가 반갑게 맞는다.

그런데 해마다 강가에 피던 들현호색, 벌개미취 제비꽃 꽃향유 긴병풀꽃 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재작년 수해복구를 이유로 오솔길을 넓히고 최근 쇄석을 깔면서 사라진 것 같다.

언제 이 길마저 포장을 하자고 달려들지 모를 일이다. 얼마 전에는 이곳의 농업용 보를 높여 소수력 발전을 하겠다는 사업 신청이 있었다. 다행히 주변 경관과 생태적인 영향을 고려해 반려하긴 했지만 아직도 불씨는 남아있다.

영화 "아름다운시절"의 주요 촬영지인 구담 마을의 느티나무 숲은 풍수의 문외한에게도 천하의 명당처럼 보인다. 10 여 그루가 넘는 느티나무와 서어나무가 한 몸처럼 뿌리가 얽힌 이곳은 전설이 서리서리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몸을 틀어 장구목으로 흘러가는 섬진강의 경관은 저절로 탄성이 나오게 한다.

여울에 자리 잡은 구담마을 징검다리를 아슬아슬 건너면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쓴 소태나무, 씩씩하게 힘자랑하는 감태나무, 꽃을 잔뜩 머금은 가막살과 힘차게 나뭇가지를 오르는 마삭줄이 보인다. 생태계의 건강함은 곧 다양함이라는 것을 나직하게 말하는 듯하다.

꾀꼬리, 박새, 곤줄박이, 물까치, 번식 깃이 우아한 왜가리를 벗 삼아 걷다보면 장구목이다.

장구목은 수천 년 세월을 흘러온 섬진강이 만든 작품이다. 흐르는 물의 모양을 닮기도 했고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닮았다. 요강바위를 비롯해 집채 같은 바위들이 암반으로 이뤄진 강바닥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이곳에 자리를 잡고 누우면 구름 속에 떠 있는 느낌이다. 정말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이다. 하마터면 이곳도 수장될 뻔 했다. 한때 장구목 아래 쪽 적성에 댐을 지으려 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은 천연기념물 수달이 사는 곳이기도 하다. 섬진강은 수달의 주요 서식지인데 이 근처를 주요 활동무대로 하는 수달이 5마리 정도 발견이 되었다고 한다. 환경부는 여러 가지 개발 사업으로 인해 수달 서식지가 고립되어 근친교배로 인해 멸종 위기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옥정호로 이주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섬진강가에서 서면 누구나 다 시인이 된다. 그리운 것들은 다 섬진강에 있고, 저문 강을 따라가며 보이는 섬진강의 봄은 눈부시고, 아리다. 눈이 열리니 마음도 열린다. 그 길을 걷다보면 정이 깊어진다. 사람간의 정도 깊어지고 자연과의 정도 깊어진다.

섬진강이 아름다운 것은 많은 동식물이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고,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사람들이 욕심 부리지 않고 올망졸망 자연에 기대어 살았기 때문이다.

서정이 넘치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보자. 흐르는 것이 어디 강물뿐이랴.

/이정현(전북환경운동연합 정책실장)

출처 : 초록지기
글쓴이 : 이정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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