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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라는 나무/이민숙

by 임실사랑 2008. 8. 11.

아버지라는 나무/이민숙


한 그루 나무가 있었다
그 나무 밑에는 뿌리가 다섯 개 달렸었고
옆에는 자신과 비슷한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힘들고 아파서 쓰러질 지경이 되어도
참아야 했고
허덕이는 고통이 와도
묵묵히 이겨내야 했던 것은
바로 밑에서 자라는 그 나무만 바라보며
옹기종기 모인
나무 일부분인 뿌리라는 큰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있는 힘껏 피처럼 붉은 나무의 모든 것을
다섯 개 달린 뿌리에 나눠주고
자신과 이젠 똑 닮은 나무에도 영양을 공급해 줬다

나무는 매일 매일 쉬지 않고 일했고
그 아래서 자라는 뿌리는 아무것도 모른 체
나무가 주는 영양분만 야금야금 받아먹었다

세월이 흐르고 뿌리를 위해
일한 나무는 커다란 병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혹시나 밑에서 자라는 뿌리들이 알까 봐
전보다 더 열심히 영양을 공급했고
모든 것을 주고 난 나무는 후회 없다고 말했다

세상을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일은
자신의 밑에서 자라는
가장 아꼈던 뿌리들이 다섯 그루의 나무로 자라서 자신의 옆에서
자신을 바라보았던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 나무 아래서 자란 나무들은
그 나무에서 주는 영양분이 참 달고 맛있었다고
그 나무가 죽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그 나무의 영양분은 바로
나무의 생명이었던 것을 알았다

한 번도 고맙다고
한 번도 감사하다는 말도 한마디 못하고
그 흔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한
뿌리 다섯 개는
하늘 향해 외쳐 본다
사랑합니다
       아버지라는 그 커다란 나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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