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무진장’이라 일컬어지는 무주, 진안, 장수는 오지로 통했다. 쌀농사를 지을 만한 평지가 적고 산지가 많아서 타지와의 왕 래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리 달갑지 않은 별명이지만, 이 덕분에 어느 정도 유명세를 타게 된 것도 엄연한 사실이다. 진안과 장수 를 오른쪽에 두고, 전주와 남원을 위아래로 접하고 있는 임실은 도시와 시골 사이에 엉거주춤하게 끼어 있는 지역이다. 치즈 외에는 특출하게 유명한 것이 없다.
진안에서 발원해 임실을 거쳐 지리산 산자락을 훑은 뒤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를 형성하는 섬진강은 엄마와 누나를 졸라 강변에서 살고 싶을 만큼 예쁜 강이다. 섬진강 시인으로 잘 알려진 김용택 씨는 임실에서 태어나 임실에서 30년 이 넘는 세월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지내고 있다. 그는 섬진강에서 일어나는 일상사를 소재로 주옥같은 시들을 써 내려갔다. “나의 모든 글은 거기 작은 마을에서 시작되고 끝이 날 것을 믿으며, 내 시는 이 작은 마을에 있는 한 그루 나무이기를 원한다”는 말처럼 섬진강은 그의 운문을 싹 트게 한 배경이자 뿌리이다. 소설가 박완서 씨 역시 섬진강 유역을 여행한 뒤 ‘만신창이가 된 국토에 마 지막 남은 보석 같은 땅’이라고 기록했던 바 있다.
호수에서 피어난 짙은 안개로 이름난 옥정호는 사진 애호가들이 즐겨 찾는 출사 지다. 섬진강 댐이 세워지면서 조성된 인공 호수인 옥정호는 임실과 정읍을 잇는다. 김용택 시인은 섬진강 댐에 대해 ‘굽이치지 못 하는 슬픈 물굽이들이 / 얼마나 크게 힘쓰기에 / 물은 저렇게 흐를 길이 막혀도 썩지 않고 / 캄캄하도록 시퍼렇게 / 제 깊이를 만드 느냐’고 노래했지만, 40여 년 전에 완공된 댐에서 실향민의 애잔한 감상을 느끼는 이는 거의 없다.
주말이면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 부터 옥정호로 향하는 인파가 끊이지 않는다. 카메라 장비를 짊어진 사람들은 랜턴에 의지한 채 엄엄한 산길을 오른다. 옥정호의 비 경을 가장 잘 볼수 있는 국사봉에는 일출 30분 전에는 도착해야 겨우 자리를 구할 수 있다. 차가 오가는 도로에는 안개가 없어도, 산정에서 굽어보면 멋진 농무가 끼는 날도 있다. 기온이 낮을수록 안개는 아래쪽으로 깔린다. 불그레한 빛깔이 세상을 밝히기 시작 하면 처음에는 산등성이의 윤곽과 뿌연 안개만 보인다. 그러다 태양이 솟아오르면 옥정호의 속살이 드러나고 안개가 바람의 흐름에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출사를 나온 행객들은 저마다 발아래 펼쳐진 운무를 품평하고, 그림 같은 풍경을 사진기에 담느라 바쁘다.
자주 옥정호에 온다는 토박이 한 사람은 “날씨가 푹해서 최고는 아니지만, 그런 대로 봐줄 만하다”고 했다. 뭉게구름처럼 몽실몽 실하지 않고, 얇은 층운 같은 안개는 산골짜기마다 엉겨 있었다. 평화롭고 한적하기 그지없는 정경이었다. 충주호에 비하면 옥정호 는 여성스럽고 아담하다. 옥정호 순환도로는 건설교통부가 지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힐 만큼 주변 경관이 수려하다 . 인공적인 것이라곤 드문드문 보이는 매운탕과 오리, 빙어회를 판다는 음식점뿐이다. 옥정호에 떠 있는 붕어 섬에는 농가 3채 정도 가 있는데, 다가가는 것보다 멀찍이서 바라보는 것이 더 좋다.
도시가 국토를 장악하면서, 시골에 뿌리를 둔 삶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 말로는 ‘농촌’을 외치면서도 정작 그곳에 갈 겨를조차 얻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젊은이들이 모두 대처로 나간 이름 없는 촌락에는 생기가 없고, 뚜렷한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도 시인의 생활도 그다지 풍요롭지 못하고, 정신적으로 피폐하기는 매한가지다. 이웃과 스스럽고 세상살이도 하나같이 신산하다.
수년 전부터 인기를 얻고 있는 농촌 체험 활동은 농촌과 도시가 공생하기 위한 방법이다. 고운 흙을 만져보지 못했던 어린이들이 자연을 느끼고, 시골의 생활방식을 배울 수 있는 시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천편일률적이어서 여러 곳을 방문할수록 흥미가 배 가되지 않고 오히려 감소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임실 치즈마을은 매우 특별하고 재미있는 마을이다. 본래 명칭이 ‘ 느티마을’이지만, 치즈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있어서 치즈마을로 불린다. 임실은 농가의 소득을 증진시키기 위해 우리나 라에서 가장 먼저 치즈를 생산한 곳이다. 치즈마을은 치즈를 40년 전부터 생산한 노하우를 살려 독특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말이면 가족 단위 관광객으로 매진 사례를 이룰 만큼 인기가 많다.
대략 3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치즈마을의 농촌 체험은 경운기를 타고 치즈 체험장으로 이동하는 것부터 시작된다. 치즈마을에서 체험 활동으로 제작하는 치즈는 피자나 파스타에 들어가는 모차렐라 치즈다. 체험장에는 테이블마다 우유를 담은 커다란 플라스틱 통이 놓여 있는데, 우선 유산균과 우유를 응고시키는 효소인 레닛(Rennet)을 넣고 저어준다. 우유가 굳기까지는 30분 정도가 걸리는데, 그 동안 마을 주민이 치즈마을의 간단한 역사와 여러 낙농제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설명해준다.
잠시 후 통 안에 있던 우유는 순두부처럼 몽글몽글하게 뭉쳐진다. 바로 시식해볼 수 있는 치즈는 보드랍고 촉촉하다. 치즈마을에서는 미리 제조해서 식혀놓은 모차렐라 치즈를 나눠주는데, 치즈를 깍두기처럼 잘게 부순 뒤 뜨거운 물을 부으면 피자를 먹을 때처럼 쭉쭉 늘어난다. 온 가족이 끝을 잡고 늘어뜨려도 찢어지지 않을 만큼 치즈에는 탄력이 있다 . 이렇게 만들어진 치즈는 작은 용기에 담아서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또한 모차렐라 치즈를 얹은 식빵과 요구르트를 넣은 과일 샐 러드도 즉석에서 맛볼 수 있다.
체험장 뒤편에는 송아지와 소들이 서식하는 너른 초지가 펼쳐져 있다. 태어난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어린 송아지들에게 우유를 주고 썰매를 타는 곳이다. 초지 썰매는 눈썰매만큼 속도가 빠르고 스릴이 넘친다. 야트막한 동산에 서 뒹굴고 구르는 동안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사선대(四仙臺) 임실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전주에서 임실읍으로 들어가는 길에 위치해 있다. 물이 맑고 경치가 아름 다워서 신선과 선녀들이 하늘에서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섬진강의 상류인 오원천과 기암절벽이 만들어내는 풍광이 압권 이며 주변에는 잔디 구장, 분수, 조각공원, 산책로, 테니스장, 청소년수련원 등이 있다. 봄에는 벚꽃놀이,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에 는 단풍놀이, 겨울에는 스케이트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또한 10월 초순에는 3~5일 간 소충·사선 문화제가 개최된다.
오수의견 공원 충직한 개와 연관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고장인 오수면에 세워진 공원이다. 약 1000년 전 이곳에 살던 주인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개가 한 마리 살았는데, 만취한 주인을 구하기 위해 몸을 던져 희생했다고 한다. 그 뒤로 마을 이름을 개 오 (獒), 나무 수(樹) 자를 써서 ‘오수’라 부르기 시작했다. 오수면에서는 의견의 넋을 기리고자 매년 4월이면 의견문화제를 연다.
성가리 백로 마을 임실에서 순창으로 가는 길목의 성가리 뒷산에는 매년 3월 말부터 5월 말까지 1000여 마리의 백로가 날아든다. 이곳에 백로가 모여들기 시작한 것은 구한말 한 부자가 백송과 느티나무를 심어 숲을 이루면서부터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백로의 수가 4000마리에 이르렀으나 점점 감소하고 있다.
이석용 생가 1907년 진안 마이산에서 호남의병장 동맹단을 결성하고 의병장으로 추대돼 항일운동을 하다 36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 을 떠난 이석용이 살았던 집이다. 19세기 후반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태어나서부터 1903년까지 생활했다고 한다. 성수면 삼봉리 에 자리해 있다.
소충사(昭忠祠) 구한말 의병장이었던 이석용과 그의 휘하에서 활동했던 28명을 배양하기 위한 사당으로 1957년에 건설됐다. 8월 15일에 제례행사를 열고 있으며 경내에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필이 있다.
도화지 도예문화원 ‘도자기 꽃이 피는 땅’이라는 의미의 도화지(陶花地) 도예문화원은 자연 속에서 흙과 함께 도예 문화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다양한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 공간과 도자기를 직접 만들어 볼 수 있는 체험관, 전통 가마실, 다실, 식당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유아와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가족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으며 여름에는 공예 캠프를 진행하기도 한다. 4인 가족의 체험 비용은 4만 원이다. www.dohwa-g.com, 063-643-8689
필봉농악 전수교육관 국가 중요 무형문화재로 지정돼 있는 필봉농악을 보존하고 있는 전수관에서는 필봉농악 체험이 이루어지고 있다. 민요와 판소리의 기초를 배우고 풍물놀이와 전통 대동놀이도 익힐 수 있다. 필봉농악의 특징은 농악수가 상모를 쓰지 않고 쇠 잡이만 쓰며 나머지는 고깔을 쓴다는 점이다. 전수관에서는 섬진강 답사와 농촌 체험도 병행하고 있다. 4시간, 1박 2일, 6박 7일 과 정이 있다. 063-643-1902
산머루 와인 체험 산머루 와인을 만들고 있는 금화양조에서 실시하고 있는 와인 체험이다. 와인 마시는 법, 보관방법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머루 와인을 시음한다. 산머루 와인은 지리산 자락에 있는 임실의 머루 가운데 당도가 높은 것만을 선별해 주조한 것이 다. 금화양조 인근의 송전마을에서는 가을마다 머루 따기, 머루주 담그기, 머루로 염색하기, 산머루 와인 즉석 경매 등의 행사가 펼 쳐지는 산머루 축제가 열린다. www.sanmeoruhwine.com, 063-642-7350
불재 � 도예원 임실과 완주의 경계에 있는 고개의 이름인 ‘불재’와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된다는 뜻의 ‘�’이 합쳐진 불재 � 도예원은 도자기를 구입하고 차를 마시는 공간이다. 황토와 나무로 지은 실내 전시장에서는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도자기 만들기 체험 비용은 성인이 1만5000원, 어린이가 1만2000원이다. www.moam.co.kr, 063-644-1551
전라북도 종합사격장 전라북도 종합사격장 클레이 사격과 실내 사격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청웅면에 위치해 있다.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클 레이 사격에 도전해볼 수 있다. 개장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동계 오후 5시)까지이며, 총기 대여와 실탄 25발이 포함된 요금 이 2만1000원이다. www.jbshooting.or.kr, 063-643-0104
용암리 석등 우리나라에서도 손꼽히는 석등으로 높이가 5.18m에 달한다. 가운데 받침돌을 제외한 각 부분이 신라시 대 석등의 기본 형태인 8각을 이루고 있다. 불을 밝혀두는 곳인 화사석(火舍石)을 중심으로 아래에는 3단의 받침을 두고, 위로는 지 붕을 올렸다. 화사석의 각 면에는 창을 냈으며, 귀퉁이마다 큼직한 꽃 장식이 달려 있다. 실상사 석등과 개선사지 석등에도 8면에 모두 창이 나 있는 것으로 헤아려볼 때, 호남 지방 석등의 특색을 잘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광제정(光霽亭) 조선 세조 대의 인물인 양 돈(1461~1512)이 설립한 것으로 미루어지는 정자다. 광제정은 양 돈의 호다. 그는 중앙 에서의 부름을 거부하고 조용하게 임실에 칩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계면 세심리에 있는 정자의 한가운데 온돌방이 있는 것이 특징이며, 산을 등지고 내를 끼고 있다. 봄과 가을에 향민들이 제사를 지내고 있다 .
만취정(晩翠亭) 조선 선조 때 형조참의를 지낸 김 위가 임진왜란이 발발한 해인 1592년에 건립해 후진 양성을 위한 학당으로 사용 했던 곳이다. 김 위는 형조참의 대사간에 올랐으며 암행어사를 지내기도 했다. 정면 3칸, 측면 3칸의 팔작지붕 건물로 정자 안에 이 율곡, 기대승의 시판(詩板)이 비치돼 있다.
운서정(雲棲亭) 사선대 위에 건립된 정자로 울창한 수목들에 둘러싸여 독특한 운치가 느껴진다. 1928년 부호였던 김양근이 부친의 덕을 추모하기 위해 6년간에 걸쳐 건립 하였다. 일제강점기에는 우국지사들이 모여 한을 달래기도 했던 곳이다. 운서정에서 성미산 성에 이르는 등산로에는 산개나리 군락이 있어서 봄이면 등산객의 발길이 이어진다.
회문산(回文山) 회문봉, 장군봉, 깃대봉 등 봉우리 3개가 이어져 있는 회문산은 임실, 순창, 정읍의 경계에 솟아 있다. 이곳에 묘를 쓰면 운이 틔워서 복이 닥친다는 소문이 있어서 김대건 신부가 처형당할 때, 그의 동생과 조카가 기거했고 지금도 그들 이 묻혀 있다. 동학혁명이 일어났을 당시에는 동학군의 거점으로 사용됐으며, 최익현과 임병찬이 항일구국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한 국전쟁 중에도 여러 차례 격전이 발생했던 산이다. 코스 1 덕치면 회문리 절골 → 깃대봉 → 장군봉 → 회문봉 → 장군봉 → 회문 산 휴양림 (5시간) 코스 2 가리점(백운마을) 회문 → 김난식 묘(김대건 신부 동생) → 장군봉 → 회문봉 → 안정리 휴양림 (4시 간)
성수산(聖壽山) 고려와 조선의 건국 설화가 얽혀 있는 명산으로 무주의 덕유산에서부터 회문산으로 내려가는 노령산맥에 자리 잡고 있다. 최고 높이가 876m로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계곡이 깊고 숲이 울창하다. 정상에 오르면 시야가 탁 트여 사방으로 전망이 빼어나다. 코스 1 성수산 휴양림 → 상이암 → 정상 (왕복 3시간) 코스 2 오봉제 → 원증대판 → 구름재 → 정상 (왕복 3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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