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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임실/지금 임실은......

옥정호 봄·가을이 제 멋… 중턱·정상에 전망대

by 임실사랑 2008. 3. 9.

[여행메모―옥정호] 봄·가을이 제 멋… 중턱·정상에 전망대

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내려 27번 국도를 탄다. 전북 임실군 구이면 운암삼거리에서 좌회전해 749번 지방도를 타고 6㎞쯤 달리면 국사봉 주차장이 나온다. 주차장에서 국사봉 정상까지 약 50분. 정상과 중턱에 옥정호를 한눈에 조망하는 전망대가 있다.

운암호로도 불리는 옥정호는 섬진강댐을 건설하면서 생긴 인공호수. 1965년에 완공된 섬진강댐은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으로 호남평야의 젖줄 역할을 한다. 노령산맥에 둘러싸인 옥정호는 일교차가 큰 봄과 가을에 물안개가 자주 피어올라 이색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외앗날은 지금도 팔순의 농민이 사는 유인도로, 용운리에서 배를 타야 들어갈 수 있다.

삼면이 호수에 둘러싸인 국사봉 인근의 용운리와 정읍 산내면의 황토마을은 정감 넘치는 호수마을. 운암삼거리와 운암대교 주변에는 멋스런 펜션과 민물매운탕 전문점이 즐비하다.

운암삼거리에서 국사봉을 거쳐 내랑삼거리까지 이어지는 11㎞ 길이의 옥정호 순환도로는 '전국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된 곳. 호젓한 산길인데다 곳곳에 호수를 조망하는 포인트가 많아 드라이브 코스로 이름났다. 산내면의 산내사거리에서 섬진강댐까지 호수를 끼고 달리는 10㎞ 길이의 30번 국도도 풍경이 아름답다.

흘러가는건, 지금 내 마음이다… 옥정호 ‘운무’

섬진강 젖줄인 옥정호가 거대한 목화송이로 피어났다.

지난 27일 밤새 고요한 수면에서 유유자적하던 보름달과 뭇별이 희미해질 무렵. 산줄기를 타고 하산한 구름과 옥정호에서 피어오른 안개가 만나 운무를 만든다. 이윽고 동녘에서 여명을 뚫고 올라온 오렌지 빛이 운무의 바다에 길게 띠를 드리운다. 오렌지 빛 띠가 점점 짙어지면서 폭을 넓히는 순간, 첩첩이 펼쳐진 노령산맥 능선에서 단풍보다 붉은 태양이 살포시 얼굴을 드러낸다.

전북 임실의 국사봉(475m) 중턱에서 맞는 옥정호의 운무는 감동적이다. 바다에서 솟는 태양이 남성적이라면 산에서 떠오르는 태양은 여성적이다. 부드러운 능선에서 솟은 태양이 운무와 함께 잉태하는 아기자기한 일출의 풍경은 자연의 신비 그 자체다. 무채색에서 유채색으로, 정(靜)에서 동(動)으로 변하는 판타지의 세상. 태양과 운무가 연출하는 옥정호의 아침은 환희의 연속이다.

국사봉에서 마주한 노령산맥은 농담(濃淡)으로 원근감을 잘 표현한 한 폭의 수묵화다. 능선과 능선 사이 골짜기와 호수에서 피어오른 운무가 화염처럼 활활 타오른다. 태양이 서서히 고도를 높인다. 천상천하의 경계인 운무가 솜처럼 부풀어 오른다. 파도가 넘실대는 듯 급류가 휘달리는 듯 오렌지 빛으로 물든 운무가 온갖 조화를 부린다.

흐르는 운무는 불쑥 솟은 봉우리와 맞닥뜨리면서 기기묘묘한 풍경을 선보인다. 봉우리를 넘어온 운무가 반대편 능선을 타고 폭포수처럼 쏟아진다. 거대한 파도처럼 운무 덩어리가 봉우리를 삼켰다가 토하기를 몇 차례. 어디선가 들려오는 청량한 산새 소리가 천상의 정적을 깬다.

운무 속에서 솟았을까, 하늘에서 내려왔을까. 아침 산책에 나선 산새 무리가 솜사탕 같은 운무를 무대로 혹은 솟구치고 혹은 가라앉는다. 낙엽처럼 흩날리는 곡예비행도 한순간. 시선이 검은 점들의 궤적을 쫓는 순간 산새 무리가 운무 속으로 사라진다.

해가 중천에 솟았지만 옥정호 운무는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국사봉을 비롯해 오봉산 묵방산 성옥산 나래산 회문산 등이 옥정호를 포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운무는 산과 산 사이 골짜기로 흐르기도 하고 단풍이 물들기 시작한 산을 오르기도 하지만 노령산맥 봉우리들의 포위망을 좀체 뚫지 못한다.

그렇게 몇 시간이 흘렀을까. 따스한 가을 햇살에 운무가 솜사탕처럼 부풀면서 성기기 시작한다. 이어 운무에 갇혔던 옥정호의 속살이 언뜻언뜻 모습을 드러낸다. 가장 먼저 드러난 것은 호숫가 언덕에 세워진 팔각정 전망대. 팔각정의 기와지붕이 나타났다 스러지기를 반복하며 수묵화의 주인공을 자처한다.

옥정호 운무는 천하절경을 꼭꼭 숨겨 두었다. 솜처럼 부풀어 오른 운무가 스러지고 나면 거울 같은 호수에는 붕어섬으로 불리는 '외앗날'이 생생한 모습을 드러낸다. 단풍에 물든 외앗날은 섬진강다목적댐을 만들면서 생긴 호수 속의 섬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으로 꼽힌다.

화려한 꼬리의 금붕어를 닮은 외앗날을 보여주기 위해 옥정호 운무는 긴 예고편으로 그렇게 시간을 끌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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