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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다가 온 친구야

by 임실사랑 2007. 12. 22.

     




          가을로 다가 온 친구야


          헤이즐럿 커피 한 잔을 들고
          베란다 끝에 서서
          막바지 푸르름에 혼신을 다하는
          산등성이를 바라 보았지

          들꽃들의 향연이 이어지는 산책길..
          자잘한 풀들까지도 육안으로 확인 될 만큼
          가까운 그 길을 한번도 걸어보지 못할 정도로
          난 왜 그렇게 지리멸렬하게 살았을까

          하지만 너를 알고 나서
          모든게 달리 보인다는 것
          하늘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았고,
          늘 같은 자리에 나란이 가지를 쪼는
          새들의 다정함을 알았으니까

          그래,
          황량한 사막에 희귀의 싹이 돋는다 해서
          크고 튼튼한 나무가 되지 말라는 법 없지
          한번 자리를 잡으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
          그런 나무 말이야

          사람이 나무처럼
          긴 세월을 살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사는 동안, 한번쯤
          누군가에게 뿌리내리고 싶은 건 마찬가지 아닐까

          더운 여름 다 가고 가을로 다가온 친구야
          이왕 한발짝 다가섰으니
          우리 함께 떨어지는 낙엽이었음 좋겠다

          그리고..
          새봄이 오면 그자리에서 다시
          새잎으로 돋아나 만날 수 있는
          나무이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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