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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임실/임실군 자료[스크랩]

[스크랩] 혀끝에 맴도는 그 깊은 맛 - 임실 갈마가든

by 임실사랑 2010. 1. 3.

 

배를 채우기 위해 들어갔다가 음식맛에 발목이 잡혀 본 적 있는가. 그래서 한 십년쯤 단골이 될 수 있다면 인생길에 특별한 행운이 아닐까. 아픈 친구를 핑계삼아 섬진강을 떠돌다 문득 만난 맛집이 있어 소개한다.

 

갈마가든. 물 좋고 인심좋은 땅 임실에서 오래된 친구와 함께 깊은 맛에 취해 오래도록 행복했던 집이다. 곰삭아 깊이를 알 수 없는 김치와 감 짱아찌, 매실 짱아찌 등 각종 짱아찌맛이 아직도 혀끝을 맴돈다.

 

이집의 음식은 겉모습에 멋을 들이지 않았다. 접시에 담겨 있는 반찬들을 보면 알 것이다. 그리 깔끔해 보이지도 않고 시선을 붙들 만큼 먹음직스러워 보이지도 않는다. 건물 외관이나 주방 내부 역시 그저그런 시골집 같다. 하지만 어떤 반찬이고 한 젓가락 집어 먹고 나면 말없이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리고 천천히 그 맛을 음미하게 될 것이다. 

 

임실은 김용택 시인이 그토록 자랑하는 섬진강을 끼고 있고 순창과 무주 등이 가깝다. 두루두루 둘러 볼 곳이 참 많다. 섬진강 물길 따라  구불구불 만들어진 길들을 걷거나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지로 유명한 두담마을을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겨울이니까 눈 쌓인 무주 풍경도 좋을 것 같다. 여기 저기 돌다가 갈마가든에 들러 약오리 백숙에 임실 머루주 한 잔 곁들이면 참 행복한 순례길이 되리라.  

 

  

       

        우리가 먹었던 약오리백숙. 1마리에 35,000원이라는데 양도 많고 맛도 그만이었다.

        각종 한약재가 들어 있어 몸보신으로 안성맞춤. 고기를 대충 건져 먹고 나니 찹쌀을 넣어 죽을

        끓여 주었다. 보통 시간을 줄이고 간편하게 만들기 위해 찰밥을 넣는 경우가 많은데 찹쌀로

        뭉근하게 끓인 죽만큼 깊은 맛이 덜난다. 양이 많아 네명이서 배불리 먹을 수 있었다. 

 

 

            

            깻잎은 삭히고 나면 고유의 향이 사라진다. 그런데 이집의 깻잎짱아찌는 날깻잎을 씹을

            때처럼 톡 쏘는 맛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주부인지라 비법이 궁금했다.

            주방으로 찾아가 안주인에게 물었더니 그런 것까지 알려 줄 수는 없다며 내쳤다.  

 

 

                  호박밤고구마 그라탕. 살짝 익힌 고구마를 설탕시럽에 조린 듯.

                  쫀득쫀득한 것이 어찌나 맛있는지 두 접시를 더 시켜 먹었다.

 

             

              삭힌 고추를 송송 썰은 양념고추.

              겨울이면 흔히 맛볼 수 있는 고추인데도 이집 고추맛은 매우 특별했다.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이던 매실짱아찌. 시중에서는  한줌에 10,000원 가까이한다.

                산자락에 있어 손수 농사지어 담근다고. 맛이 슴슴하여 몇 번씩이나 리필해 먹었다.

 

            

            감 특유의 단맛이 깃든 감짱아찌.

            비타민의 보고라는 감을 한 겨울에 반찬으로 먹을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감을 좋아하는 내가

            한 접시로 만족할 리 없다.

            "죄송한데요. 감짱아찌 조금 더 주시면 안 될까요?"

            추가, 추가.

 

 

           

            이 집의 명물 묵은지.

           

            '묵은'이라는 말보다 '삭힌'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듯. 보통 김치를 먹다 보면 짠맛,

            배추맛, 양념맛이 따로 따로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집 김치는 그러한 맛들을

            따로 느낄 수가 없었다. 한데 어우러져 곰삭은 김치맛은 그야말로 전라도 음식의 진수를

            보여줬다. 3년 동안 땅 속에 묻어 삭힌 김치맛에 우린 모두 매료되었다. 

            맛 좋은 물과 신선한 바람이 비법인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후식으로 먹었던 속배추는 사진에 담지 못했다. 밭에서 직접 기른 배추를 겨우내내

            땅 속에 저장해 두었다가 상에 올리면 손님들은 그걸 과일 먹듯 먹는다고. 

          

 

         

 

 

 

 주소 : 전북 임실군 임실읍 갈마리 242번지

 전화 : 063-642-6606

 

출처 : 내남없이
글쓴이 : 굄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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