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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고향 임실/임실군 자료[스크랩]

[스크랩] [주말산행코스] 호남의 산 | 고덕산 | 전북 임실

by 임실사랑 2010. 1. 3.
스릴과 조망 빼어난 여덟 개의 암봉
고흥의 팔영산을 연상케 하는 임실 고덕산(高德山)은 남근바위, 산부인과바위, 마당바위, 전망바위, 통천문, 촛대바위 등 특이한 바위가 많다. 능선은 스릴 넘치는 암릉이 여덟 봉우리로 이어져 있어 산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게다가 정상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섬진3지맥의 암릉도 압권이다.

특이하게도 전주 근교에는 고덕산이 두 개가 있는데 산세와 유래가 전혀 달라 눈길을 끈다. 전주 고덕산은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고대산(孤大山),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고덕산 또는 고달산(高達山)으로 기록돼 있을 정도로 문화유적이 많아 전주시민들이 많이 찾는다. 반면 임실 고덕산은 고덕마을에서 따온 평범한 이름으로, 이 산은 한적한 곳에 떨어져 있지만 동서로 길게 뻗은 암릉의 산행미가 일품이다.

55번 지방도로 좌산리에서 남쪽, 30번 국도의 관촌ㆍ임실에서 북쪽을 바라보면 병풍처럼 둘러쳐진 고덕산 암봉들이 내동산과 함께 눈앞을 가득 채우며 산꾼을 유혹한다. 아쉬운 것은 산행코스가 짧아서 동쪽에 있는 삼봉산까지 연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 정상에서 본 동쪽 능선.

한국지명총람과 임실군지로 고찰해본 임실 고덕산 주변에는 특이한 지명이 많음을 알 수 있다. 동쪽 골짜기는 피란가면 살아남는다는 피아골인데 지금은 축사가 들어서 염소들이 진을 치고 있다. 그 앞에 세 개 봉우리로 이루어진 삼봉산(三峰山ㆍ529m)이 솟아 있고, 마을 이름도 삼봉리다. 남쪽에는 두리봉과 검바위가 있는데 옛적에 기우제를 지내서 무제날등으로도 불린다. 관촌면 운수리는 선바위(立石), 거북바위가 있는 구암(龜岩) 등 바위와 관련된 지명이 있고 남쪽 성수면의 삼봉리에는 의병장 이석용의 생가가 있다.

대운리(垈雲里) 대왕촌은 태조 이성계가 성수산 상이암으로 백일기도 갈 때 구름이 맴돌며 머물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고, 이 마을과 마이산을 넘어 등극하였다는 의미로 마을 앞에 대왕령촌비(大王嶺村碑)를 세웠다고 한다. 바로 옆의 도화동(桃花洞)에는 도화낙지명당이 있고, 도인리(道引里)는 이태조가 성수산으로 기도하러 갈 때 길을 내면서 갔다는 뜻이다. 

행정구역상 고덕산은 임실군 관촌면 운수리 고덕마을과 성수면 삼봉리의 접경지역이다. 삼봉산은 임실군 성수면 삼봉리다.

이번에는 1코스를 임실군청산악회의 등반대장 박성순 과장, 조옥선ㆍ김인덕 계장, 한산 전북지부 엄만희 부지부장, 호남지리탐사회 김영래 고문, 정용채ㆍ이유진ㆍ국승욱ㆍ오태순 총무와 답사했다. 2코스는 2008년에 임실산악연맹 김창근 회장, 강원길 전무, 송연종 구조대장, 그리고 호남지리탐사회원들과 함께 답사했다.

▲ 1 촛대바위. 촛대처럼 길쭉하게 솟은 기암이다. 2 1봉에서 본 2봉. 3 고정 로프가 있는 촛대바위. 4 삼봉산 정상. 고덕산 산행만 하고 끝내기에는 너무 짧다.

등산안내도가 있는 고덕마을회관 앞에서 북동쪽을 바라보면 웅장한 암릉으로 이루어진 고덕산이 부끄러운 새색시처럼 고개를 살포시 내민다. 마을회관을 출발하여 나무계단을 지나면 송림과 암릉으로 이루어진 곳에서 철계단을 오르게 된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1봉에 오르면 전망이 아주 좋다. 동쪽은 가야 할 암릉이 군신처럼 늘어서 있고, 남쪽은 덕봉사와 고덕마을, 건너편엔 삼봉산이 지척이다. 서쪽은 임실읍과 백련산·회문산·나래산이 다가오고, 북쪽은 내동산·덕태산·선각산, 동쪽은 섬진지맥과 금남호남정맥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하늘금을 그린다.

1봉과 2봉의 암벽 사이에서 직각으로 설치된 철 계단을 힘들게 내려갔다가 오르면 제2봉이다. 백운과 관촌을 이어주는 742번 도로가 눈앞에 다가선다. 아슬아슬한 바위를 타고 오르내리면 멋있는 노송과 바위가 어우러져 산행미의 극치를 이루는 제3봉에 닿는다.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지나온 암릉과 가야할 암릉들이 첩첩이 다가선다. 배를 잔뜩 움추리고 통과해야 하는 산부인과바위를 만나자 모두 우회하는데, 몸매에 자신 있는 회원들은 좁은 바위틈을 통과하며 산모가 출산한 것처럼 배가 홀쭉해진 기분이라고 한마디씩 했다.

4봉에 서면 벼락에 맞아 동쪽 면이 떨어져 나간 모습이 마치 불끈 솟은 남성 상징 같은 남근바위가 반긴다. 5봉과 6봉을 지나 사거리를 만나면 북쪽은 정상을 거치지 않는 선바위 지름길, 남쪽은 덕봉사, 동쪽은 7봉을 거쳐 정상으로 가는 코스다.
▲ 고덕산 정상인 8봉. 암봉이라 조망이 시원하다.
7봉의 바위로 다가가자 농장에서 소풍 나온 염소들의 배설물이 수북하다. 사방이 막힘없는 전망바위에 서면 동쪽엔 삼봉산(529m)이 지척이고, 그 아래 피아골에는 축사와 남쪽으로 삼봉저수지가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그 아래 임실산악연맹이 해마다 시산제를 지내는 마당바위가 반긴다.

7봉에서 8봉의 암벽구간은 5m쯤 뚝 떨어지며 오금을 저리게 한다. 거대한 바위에 오르면 전망 좋은 8봉의 고덕산 정상이다(고덕마을에서 1시간 20분 소요). 전북산사랑회에서 2001년에 설치한 이정표가 얄궂은 등산객에게 부상을 입은 채 아픔을 호소하는 모습이 애처롭다. 사방이 탁 트인 조망바위에 서면 서쪽의 지나온 암릉과 동쪽의 앞으로 걸어 가야 할 암릉이 오버랩 된다. 정상에서 서쪽은 원점회귀코스, 남쪽은 덕봉사와 고덕마을로 가는 코스와 임실의 백련산으로 뻗어가는 섬진3지맥, 동쪽은 암릉을 거쳐 선바위재와 삼봉산으로 가는 코스다. 

동쪽으로 내려가면 지리산 통천문처럼 천연돌문이 나타나고, 암릉을 내려서면 우뚝 솟은 촛대바위가 버티고 있다. 필자와 오태순씨는 촛대바위, 김환기씨는 광개토대왕비, 박영근 고문은 어금니바위라고 한다. 사물을 보는 눈과 느낌이 각기 다르다.

나약한 밧줄에 의지해 암벽을 내려오면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생명줄을 놔버린 고사목을 만난다. 지나온 암릉을 뒤돌아보면 남쪽면의 바위가 떨어져 나가 위험스럽게 보인다. 곧이어 6봉과 7봉 사이의 사거리에서 정상을 거치지 않고 지름길로 내려오는 삼거리를 만난다. 

노송과 바위가 어우러진 암릉의 전망대를 지나면 남쪽으로 염소농장에서 설치한 낡은 철조망을 만나고 부드러운 흙길의 선바위재에 닿는다(고덕산에서 1시간 소요). 진달래군락을 걸으면 북쪽 742번 도로와 진안 구신마을 그리고 내동산이 보이고 남쪽으로 피아골의 염소농장이 다가온다. 선바위재에서 구암리로 내려가는 길과 헤어진 산줄기가 동에서 남쪽으로 꺾여 가다가 피아골 농장과 구암리로 가는 임도를 만난다. 울창한 잡목을 헤치면 묘소가 나타나고, 서쪽은 송림인데 동쪽은 전나무 숲을 벌목해서 오르기가 불편하다.

작은 봉우리를 올라서면 이곳에서 섬진3지맥이 남쪽으로 가는 삼봉산 줄기를 내려놓고 성수산을 거쳐 팔공산에서 호남정맥을 조우하게 된다. 잡목이 우거져 길이 희미한 서쪽 산줄기를 걸으면 작은 봉우리 두 개를 지나서 밋밋하고 수풀이 우거진 세 번째 봉우리에 닿는다. 여기 삼각점(임실433)이 설치돼 있다(선바위재에서 1시간, 섬진3지맥 분기점에서 15분 소요). 이곳에서 1코스의 대운치로 가려면 섬진3지맥 분기점으로 15분쯤 되돌아와 동쪽으로 간다. 

낙엽송 군락지이고 북쪽 관촌면 구암마을과 남쪽 성수면 대운리를 잇는 농로가 있는 구암재를 만난다(삼봉산에서 30분 소요). 이곳부터 행정구역은 임실군 관촌면이 끝나고, 진안군 성수면과 임실군 성수면이 접경을 이룬다.

▲ 고덕산 위치도.

낡은 철조망을 오가며 낙엽이 수북해서 발이 자꾸만 뒤로 밀리는 오름길과 씨름하다 보면 서쪽으로 고덕산과 삼봉산의 웅장한 모습이 한눈에 잡히고 밋밋한 504봉에 닿는다. 북쪽은 원구신마을로 가는 희미한 길이 있고 지맥은 동쪽으로 내려간다. 북쪽으로 분뇨 냄새가 진동하는 파란 지붕의 축사를 지나 진안군 성수면과 백운면, 임실군 성수면을 경계하는 대운치로 내려선다(삼봉산에서 1시간25분 소요). ‘행복한 고장 진안군’이라는 표지판이 보이고, 지맥은 동쪽의 성수산과 팔공산을 향해 달린다.   

2코스의 원삼봉마을 하산 길은 남릉으로 이어진다. 벌목으로 듬성듬성한 소나무 사이로 무성하게 자란 억새와 씨름해야 한다. 임도를 걷다가 농경지가 있는 대밭뜸과 도화동을 잇는 농로에 닿는다(삼봉산에서 35분 소요). 토굴 같은 농로를 지나 남쪽으로 걸으면 도화동과 원삼봉을 잇는 농로에 내려선다. 여기서 원삼봉까지 도보로 25분 소요된다. 군내버스가 1일 3회 운행한다. 도화동이나 원삼봉에서 북쪽으로 삼봉산과 고덕산의 암봉이 춤을 추는 모습이 뵌다.


산행길잡이

[1코스]
○고덕마을-(1.3)-8봉-(동릉ㆍ1.3)-선바위재-(1.2)-섬진3지맥 분기점-(0.7)-삼봉산-(0.7)-섬진3지맥 분기점-(1.5)-507봉-(0.8)-대운치(30번도로) <7.5km, 5시간 소요, 점심시간 포함>
[2코스] ○고덕마을-(1.3)-8봉-(동릉ㆍ1.3)-선바위재-(1.2)-섬진3지맥 분기점-(0.7)-삼봉산-(남능벌목구간ㆍ1.5)-도화동-(1.0)-원삼봉마을 <7.0km, 5시간 소요, 점심시간 포함>
○고덕마을-8봉-남릉-안부-덕봉사-고덕마을 <5.5km, 3시간 소요>
[3코스] 고덕마을-8봉-동릉-선바위재-구신리 <5km, 2시간40분 소요>


교통 (지역번호 063)

[자가용]
호남고속도로  전주나들목-동부우회도로(17번국도)-관촌사선대-좌산(55번도로)-721번도로-742번도로-덕봉암 표지판(우회전)-고덕교-고덕마을회관(742번도로)-대운치(30번국도)-성수면 원삼봉
88고속도로  남원나들목-17번국도-오수-임실역-성수(30번국도)-원삼봉-대운치-742번도로-덕봉암 표지판(우회전)-고덕교-고덕마을회관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장수나들목-천천-진안-마령-백운(30번도로)-임실 성수 원삼봉-721번도로-고덕마을

[대중교통]
임실터미널(642-2114), 관촌터미널(642-0177). 관촌~좌산~백운 군내버스 운행, 임실~성수면~원삼봉 군내버스 1일 3회 운행. 대중교통이 불편하므로 승합차나 대형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 고덕산 개념도.


문화유적 및 명승지

[사선대]  관촌의 남쪽으로 흐르는 오원천 변에 사선대가 있다. 전설에 의하면 2000여 년 전 마이산과 임실읍 운수산의 신선이 여기서 만나 아름다운 풍광에 도취하여 노닐다가 목욕을 하고 바둑을 두며 풍류를 즐기고 있는데 갑자기 까마귀떼가 날아오면서 홀연히 네 선녀가 하늘에서 내려와 신선들과 어울려 어디론가 사라졌다고 한다. 그 뒤 이곳을 사선대라 부르고, 강을 까마귀 오(烏)자를 써서 오원강(烏院江)이라 부르게 되었다. 이러한 전설에 바탕을 두고 해마다 추석 무렵이면 사선문화제를 전국적인 행사로 다채롭게 개최하고 사선녀의 미인을 뽑고 있다.

 [의병장 이석용 생가]  지방기념물 91호인 이석용 생가는 19세기 후반에 지어졌다. 이석용은 1878년에 이곳에서 태어나 성수면 태평리로 이사했다. 1907년 진안 마이산에서 호남의병장의 동맹단을 결성하고 의병장으로 추대되어 항일운동을 하다 일본 경찰에 체포되어 1914년 대구형무소에서 처형됐다.


먹을거리 (지역번호 063)

관촌기사식당(대표 유정근ㆍ642-8032) 다슬기탕이 별미다. 섬진강 상류 오원천에서 잡은 다슬기에 호박, 부추 등 갖은 양념으로 맛을 낸 국물이 개운하고 수제비를 넣었다. 동의보감에 간장ㆍ위장에 좋은 것으로 나와 있다.

사선정(대표 윤건숙ㆍ642-8212) 한방오리전골이 좋다. 중풍, 고혈압, 신경통, 허약체질, 결핵 등의 치료와 예방에 효과가 있다.


  / 글·사진 김정길 
  수필가. 향토지리연구가. 대한산악연맹 전북연맹 상임부회장.
  숲사랑운동서부지방연합체 대표. 모악산지킴이 회장.
  전북산사랑회 회장. 호남지리탐사회 회장. 행촌수필문학회장.
  저서 <전북100대명산을 가다> <어머니의 가슴앓이>
  <지구를누비는 남자> 등.
출처 : 전주 자연산악회
글쓴이 : 나는나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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